신호탄
수색대장 ─ K중위는 신호탄을 울리며 적병 30명과 함께 죽었다.(― 1951년
1월)
위기와 영광을 고할 때
신호탄은 터진다.
바람과 함께 살던 유년(幼年)도
떠나간 행복의 시간도
무거운 복잡에서
더욱 단순으로 순화(醇化)하여 버린다.
옛날 식민지의 아들로
검은 땅덩어리를 밟고
그는 주검을 피해
태양 없는 처마 끝을 걸었다.
어두운 밤이여
마지막 작별의 노래를
그 무엇으로 표현하였는가.
슬픈 인간의 유형(類型)을 벗어나
참다운 해방을
그는 무엇으로 신호하였는가.
‘적을 쏘라
침략자 공산군을 사격하라.
내 몸뚱어리가 벌집처럼 터지고
뻘건 피로 화할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신 어머니
어머니 나를 중심으로 한 주변에
기총을 소사하시오 적은 나를 둘러쌌소’
생과 사의 눈부신 외접선을 그으며
하늘에 구멍을 뚫은 신호탄
그가 침묵한 후
구멍으로 끊임없이 비가 내렸다.
단순에서 더욱 주검으로
그는 나와 자유의 그늘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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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보컬 2014. 3.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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